SEOUL NATIONAL UNIVERSITY
검색창 닫기
[2017 코어 해외 현장실습]소감문 (영어영문학과 서대원)
  • Category해외 현장실습 소감문
  • Writer인문대학
  • Date2017-10-12 15:21:08
  • Pageview1267

<서울대학교 코어사업단>

샌프란시스코 현장 실습 프로그램 소감문

영어영문학과 서대원

나는 캘리포니아 주의회의원(Assemblymember) Bill Quirk의 지역구 사무실에서 현장실습을 하였다. 그 사무실에서 내가 어떤 일을 했고 그 경험을 통해서 내가 어떤 진로를 선택하게 되었는지는 이미 보고서 형식으로 코어사업단에 제출했기 때문에 소감문에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고 싶다. (제가 일한 사무실에 관한 정보를 더 얻고자 하는 학우분들께서는 코어사업단에 문의하시거나 제게 스누 메일을 보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캘리포니아는 쾌적한 날씨 때문인지는 살기 좋은 도시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내가 6주 동안 지내면서 받은 인상은 상상과 달랐다. 

비행기 값을 아껴보겠다고 중국 항공사를 통해서 베이징을 경유하는 항공권을 구매하였다. 언제나 그렇듯 행운은 내 편이 아니기에 첫 번째 비행기는 베이징 날씨 때문에 연착이 되었고 절묘하게 30분 차이로 베이징에서 샌프란시스코 행 비행기를 놓치고 말았다. 항공사에서는 다음날 같은 시간에 있는 비행기 티켓과 함께 하룻밤 묵을 수 있는 호텔을 안내해 주었다. 그렇게 집을 나선지 40여 시간이 지난 후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할 수 있었다.
 
“Where are you from?”
“I am from South Korea.”
“You look like you’re from North Korea.”
“.......”

큰 짐을 끌고 숙소에 도착하여 입실 절차를 밟던 도중 숙소 직원이 내게 건냈던 말이다. 이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빨개지고 혈압이 올라가는 걸 느꼈고 그에게 그 말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지만 그는 못들은 척 했다. 사실 진짜 못 들었을 수도 있다. 미국 땅을 밟은 첫날에 숙소 직원에게 적극적으로 항의하기에는 나는 많이 피곤하기도 했고 영어가 생각만큼 잘 나오지도 않았다. 빨리 샤워를 하고 싶은 마음에 열쇠를 받자마자 방으로 올라갔고 이 직원과는 최대한 마찰을 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좋지 않은 첫인상을 받은 채로 미국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베이 지역에 도착해서 나눈 첫 대화가 유쾌하지 않다보니 첫 출근을 하기 전부터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고 출국하기 전에 가졌던 자신감은 점차 줄어들었다. 다행히도 사무실의 직원들은 모두 친절했고 영어가 완벽하지 않은 나를 많이 배려해주었다. 그렇게 사무실에 잘 적응을 했고 숙소 직원과의 마찰을 제외하고는 큰 어려움 없이 인턴 생활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주에 사무실에게 퇴근을 하고 바트(BART) 역으로 걸어가는 도중에 인종적인 말을 들었다. 당시 같이 인턴을 하고 있는 중국계 미국인 친구와 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어떤 한 운전자가 자동차의 창문을 내리고 “하지모토”라고 소리친 이후 깔깔거리면서 지나갔다. 첫 날 호텔 직원이 북한과 관련하여 공격적인 말을 했을 때처럼 분노가 일어났고 아무런 반격도 못했다는 사실에 스스로가 무력하다는 실망감에 빠졌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넘길 수 있는 사소한 일화일 수도 있지만 내게는 위의 두 사건이 지난 6주간 베이 지역에서 지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다. 혼자 피해의식에 젖어 내린 결론일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미국사회에서 소수자이기 때문에 위의 일들을 겪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나는 건장한 남성이고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으며 대학 교육을 받고 있는, 결코 소수자라고 규정할 수 없는 배경을 가졌다. 한국에서는 누군가가 내게 이유 없이 시비를 거는 일이 없었고 오히려 나는 누군가가 피해를 당하고 있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동양인이며 그들에 비해서 체격도 왜소하며 영어도 서툴렀다. 내가 한국인 혹은 동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격을 받았을 때 느낀 분노는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종류의 분노였다. 

이 분노는 벨 훅스(bell hooks)의 『Killing rage: Ending Racism』을 생각나게 했다.  벨 훅스는 공항에서 자신이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항공사 직원이 자신에게 비행기 표를 주지 않는 황당한 일을 겪는다. 이 때 벨 훅스는 그 인종차별주의자를 죽이고 싶은 분노를 느낀다. 그녀는 하지만 그 죽이고 싶은 분노를 그대로 표출하여 실제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한다. 반대로 그 분노를 죽여서 인종차별주의자를 무시하고 가만히 있는 것 또한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죽이고 싶은 분노를 동력으로 삼아 실제로 차별을 없앨 수 있는 활동을 하길 권한다. 그녀는 글을 쓰는 것을 선택하였고 다른 피해자들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우선 숙소 매니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였다. 매니저는 3자 대면을 제안하였고 나는 불편하긴 하였지만 용기를 냈다. 결론적으로 직원은 자신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였고 어떤 물질적인 증거도 없었기 때문에 그 직원을 처벌하기는커녕 사과를 요구하기도 힘들었다. 매니저는 자신이 내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물질적인 증거 없이 직원을 처벌하거나 사과를 강요했다가는 노조로부터 거센 항의가 들어오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매니저는 나의 이메일이 하나의 자료가 되었으며 추후에 다른 투숙객에게 비슷한 항의가 들어온다면 그 직원의 부적절한 행동을 뒷받침해 줄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베이 지역에서 겪은 불쾌한 경험은 한국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해결될 일이다. 한국사회에서 내 배경으로 인해 이유 없이 공격받을 일은 드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불쾌한 경험이 불러일으킨 분노의 감정은 기억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 분노는 다른 소수자의 분노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전에는 여성문제, 장애인 문제, LGBTQ 문제를 대할 때 머리로만 이해를 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의 언어와 표정 속에 담긴 분노를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베이 지역에서 느낀 분노의 감정은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건진 인생샷이나 Bill Quirk 사무실에서 받은 추천서보다 더 값진 인생의 자산이 되었다.

List

수정요청

현재 페이지에 대한 의견이나 수정요청을 관리자에게 보내실 수 있습니다.
아래의 빈 칸에 내용을 간단히 작성해주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