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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의 전가와 국제경제에 관하여 - 강원석
  • 카테고리해외현장학습 소감문
  • 작성자admin
  • 날짜2017-02-03 17:23:00
  • 조회수123

모순의 전가와 국제경제에 관하여

(원톄쥔 교수 강연 후기)

 

정치경제철학 강원석

 

  인민대의 사회과학연수원에서 이뤄진 원톄쥔 교수의 강연은 짧은 시간 내에 중국은 물론이고 세계의 정치, 경제, 역사 전반을 훑으며 진행되었기 때문에 필자가 온전히 이해했다고 자부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필자도 나름대로 정치외교학부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원론적인 경제학을 이해하고 있기에 충분히 소화하고 음미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먼저 필자가 흥미롭게 생각한 부분은 ‘모순의 전가’라는 개념을 통해 역사를 설명한 것이었다.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선진국이 과잉생산한 생산품을 개도국에 전가하고, 과잉생산으로 인한 사회적 모순 역시 개도국으로 가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서구의 산업이 서비스업과 금융업으로 변화하면서 전통적인 자본과 노동의 대립 역시 개도국에 전가되었다고 한다. 그것이 선진국이 의도한 것인지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개도국에서 나타난 사회문제를 설명함에 있어 통찰력 있는 시각이라고 생각하였다. 원톄쥔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도 삼농문제를 다루며 이러한 모순의 전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그 주체는 중국 내의 관료자본주의 세력이었으며 그 피해자는 농민과 노동자들이었다. 따라서 중국은 서구가 제국주의적 착취를 한 것과는 구별되지만, 자국민을 착취하며 지금의 경제발전을 이뤘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의 전가라는 개념을 통해 사회문제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사회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러한 방식의 비판을 한국사회에 적용해본다면 그 칼끝은 재벌을 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박정희 정권 당시 발전국가 모델 하에 국가주도로 일감을 몰아주고, 관치금융으로 은행을 사금고화하며, 순환출자를 통해 의결권을 왜곡시켜가며 이룩한 것이 지금의 중국의 성장보다도 놀라운 한강의 기적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열매는 누가 가져갔고 그것이 남긴 사회적 모순 때문에 고통받는 자는 누구인가? 지금도 SSM과 같은 재벌의 다각화 전략으로 중소상공업자의 생계를 위협하고, 무노조 경영을 자랑처럼 여기며 노동권을 훼손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왜곡된 의결권을 바탕으로 전환사채를 저가발행해 주주에게 피해를 줘도 법적으로 처벌받지 않고, 정경유착을 바탕으로 합병비율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보도된다. 그들의 성공을 위해 희생당해온 자들에게 더 이상 모순을 전가시켜서는 안되고,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또 하나 필자가 인상깊었던 부분은 국제경제에 대한 설명이었다. 미국의 실물경제가 금융경제로 바뀌면서 생산량이 아니라 GDP로 통계 기준이 바뀌고, 실물경제에 대한 평가절하가 일어났다는 것은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미국의 패권이 단순히 군사력과 경제력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에 통용되는 규칙에 의해 공고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또한 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시기 미국이 금융국가화되면서 세계자본이 미국을 향하고, 동구 사회주의권의 개방 이후 약탈을 통한 90년대 서구가 고속성장을 이루는 과정이 서구 시스템에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것이 인상깊었다. 국제정치학자 로버트 길핀에 따르면 국제체계에서 힘의 분포, 지위의 분포, 그리고 규칙과 권리의 분포 사이에 불일치가 발생하면 현상타파적인 국가가 이러한 자원의 재분배를 추구한다고 하는데, 지금 G2로 부상한 중국이 그에 걸맞는 사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소 의아한 부분도 있었는데, 결국 미국의 달러 주조권을 바탕으로 한 신 브레튼우즈 체제가 있었기에 중국의 고도성장 또한 가능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신 브레튼우즈 체제가 금융위기에 취약한 체제인 것은 맞지만, 동시에 대미 수출국들이 낮은 자국통화를 바탕으로 꾸준한 흑자를 기록한 것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중국이 지불준비금으로 갖춘 달러자산을 매도할지라도 중국 스스로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을 것이기에 과연 중국이 현 경제질서를 타파할 생각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더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논의들에 있어 필자가 정치, 경제, 역사에 대해 더욱 식견이 있었다면 그만큼 얻어가는 것이 많았겠다는 생각에, 약간의 아쉬움과 함께 공부에 대한 의지를 가지게 된다. 또한 지금까지 서구 위주의 사회과학과 인문학을 공부하는 데에 익숙했는데, 이번에 동양의 학자를 만나면서 새로운 시각을 마주하여 시야가 넓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러한 저명한 학자와 대면하여 강연을 들을 기회를 마련해주신 코어사업단과 고생해주신 교수님, 조교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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